지난 편에서 다룬 “거제 야호”와 뿌리가 같은 밈이다. 같은 채널, 같은 멤버가 만든 두 번째 히트작인 셈인데, 확산되는 방식은 또 다르다. “거제 야호”가 3초짜리 발화 하나로 퍼졌다면, 이번 밈은 ‘표정 없는 춤 동작’ 하나가 통째로 캡션 포맷이 됐다. 이번 글에서는 이 밈이 어디서 나왔고, 왜 유독 ‘회피’라는 정서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짚어본다.
시작점: 거제 여행 브이로그의 한 장면
출처는 리센느 리더 원이의 개인 채널 ‘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’다. “거제 야호” 밈 이후 실제로 미나미와 원이가 거제를 방문하는 후속 콘텐츠가 올라왔는데, 그 안에서 미나미가 반주도 없이 ‘파라파라’를 추는 장면이 담겼다. 파라파라는 팔과 손동작 위주로 움직이는 일본식 레트로 클럽 댄스로,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춤이다.
이 장면에 붙은 자막이 “모르겠고, 난 파라파라나 춰야겠다”였다.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나온 대사인지 맥락을 알 필요도 없이, 이 한 줄과 춤 동작 자체가 곧바로 하나의 밈 포맷으로 독립해 버렸다.
왜 하필 이 장면이 퍼졌나: ‘완성도’가 아니라 ‘태도’
이 밈이 흥미로운 지점은, 정작 춤 자체의 완성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데 있다. 오히려 핵심은 “살짝 힘 빠졌지만 당당한 태도”다. 정확한 동작을 따라 추는 게 아니라, 곤란하거나 민망한 상황에서 “모르겠고, 그냥 이거나 하겠다”는 식으로 현실을 귀엽게 회피해버리는 정서가 공감을 얻었다.
이건 앞서 다룬 “거제 야호”와도 통하는 결이다. 두 밈 모두 ‘무맥락의 당당함’이 핵심 매력이라는 점에서, 미나미라는 캐릭터 자체가 만들어내는 톤이 반복적으로 밈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. 다만 “거제 야호”가 한 마디 말이었다면, 이번 밈은 몸짓 전체를 복제 가능한 포맷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확산 방식이 한 단계 더 나아갔다.
확산 구조: 댓글이 곧 놀이가 되는 방식
이 밈은 단순히 ‘보고 웃는’ 소비에서 그치지 않고, 댓글창 자체가 하나의 놀이터가 되는 방식으로 퍼졌다. 사용자들은 이 포맷을 각자 스타일대로 커스터마이징해서 반응한다.
- 모범생형: 정석적인 키워드로 반응
- 청개구리형: “왈왈왈!” 같은 예상 밖의 반응으로 비틀기
- 집착광공형: 댓글을 여러 개 도배하며 과몰입 참여
이렇게 반응 자체가 유형화되면, 사람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‘이 맥락을 알아듣는 사람들끼리의 놀이’에 참여한다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. 이 감각이 밈 공동체 내부자 기분을 만들어내고, 이게 다시 재확산의 동력이 된다.
또한 이 밈은 확산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다. 이미지 한 장과 캡션 한 줄이면 콘텐츠가 완성되기 때문에,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.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복제될 수 있었던 구조적인 이유다.
이 밈이 보여주는 것
같은 인물, 같은 채널에서 나온 두 밈(“거제 야호”와 “모르겠고 파라파라”)을 나란히 놓고 보면, 리센느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통하는 지점이 뚜렷해진다. 완벽함이 아니라 ‘힘 빠진 당당함’, 논리가 아니라 ‘무맥락의 유쾌함’이다. 다음 편에서는 같은 시기 확산 중인 또 다른 계열의 밈, ‘매끈매끈하다’ 챌린지를 다룬다. 이건 아이돌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 크리에이터에서 시작해 셀럽이 키운 사례라, 확산 경로 자체가 이번 편과는 또 다르다.
이 글은 ‘바이럴 딕셔너리’ 연재의 세 번째 편입니다. 다음 편에서는 “매끈매끈하다” 챌린지를 다룹니다.